I. 서 론
II. 신라대종의 진동과 음향
III. 맥놀이 발생 원리
3.1 종의 맥놀이 이론
3.2 신라대종의 맥놀이
IV. 맥놀이 조절
4.1 등가 종의 결정
4.2 맥놀이 조절
4.3 맥놀이지도
V. 결 론
I. 서 론
일명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은 수려한 외관과 웅장하고 조화로운 소리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범종이다. 서기 771년 주조된 이후 1200 여 년 동안 타종되어 왔으나, 2003년 시험 타종[1]을 마지막으로 국보급 문화재의 보호 차원에서 경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경주시는 신종을 타종하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염원에 따라 신종을 복원하여 재현시키는 사업을 수행하였다.[2] 성덕대왕신종과 동일한 구조를 갖되, 훼손되고 마모된 문양을 고증을 통하여 살려냄으로써 신종을 계승하여 향후 새 천년을 울리는 종을 주조하였다.
새 종의 설계와 주조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동일한 구조에 문양을 복원시킬 때, 과연 종소리도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만큼 웅장하고 조화롭게 재현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였다. 특히, 종소리를 웅장하게 만들고 여음이 끊어질 듯 이어지게 하는 맥놀이까지 신종에 버금가게 만들 수 있는가는 현대의 설계기술로도 매우 어려운 난제였다.
범종에서 맥놀이의 원인은 축대칭 형 구조 속에 존재하는 미세한 비대칭성이다.[3,4] 비대칭성 때문에 하나의 모드가 미세하게 낮은 주파수를 갖는 Low 모드(L 모드)와 미세하게 높은 주파수를 갖는 High 모드(H 모드)로 분리되고, 이 L, H 모드 쌍의 주파수 차이를 결정하고, 차이의 역수가 그 모드의 맥놀이 주기가 된다.
그러나 종은 표면에 분포하는 문양의 복잡한 비대칭성에 주조 불균일성이 더해져 예측 불가능한 비대칭성을 갖게 된다. 종의 주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질이나 치수의 미세한 불균일성은 제어하기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주조 후 맥놀이가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옛날에는 종이 울지 않는다 하여 깨고 다시 만들었다는 얘기도 전래된다. 오늘날에는 주조 후에 맥놀이 교정 작업을 통하여 좋은 맥놀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5]
성덕대왕신종을 복원하여 재현시킨 신라대종은 주조 후 여음의 맥놀이를 측정한 결과, 20 s 정도의 매우 긴 맥놀이가 약하게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가장 오래 가는 여음은 단조롭게 사라졌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생동감 있는 긴 여음을 들을 수 없는 상태였다.
본 연구에서는 맥놀이 교정법을 사용하여 약하고 긴 여음의 맥놀이를 3 s 정도의 적절한 주기를 갖는 강한 맥놀이로 만드는 과정을 소개한다.
II. 신라대종의 진동과 음향
신라대종은 현대에 주조된 어떤 종보다 성덕대왕신종에 가장 가깝게 제작되었다. 그 구조는 성덕대왕신종의 실측치[6,7]를 기준으로 축대칭 형으로 설계되었고, 문양은 고증을 통하여 복원하여 재현시켰다.[8]
Fig. 1은 새로 제작된 신라대종이며, Table 1은 신라대종과 성덕대왕신종의 주요 부분의 치수를 비교한다. 두 종은 구조만 아니라 음향 특성에서도 닮은 점이 많은 것으로 선행연구[9]에서 확인되었다.
Table 2는 두 종의 고유주파수를 비교한다. 가장 오래 지속되는 여음을 만드는 1차 고유주파수 쌍은 0.03 Hz 이내로 일치한다. 2차 고유주파수가 만드는 기본음도 3 Hz 미만의 차이를 보이며, 그 위의 부분음들의 주파수 분포도 매우 유사하다. 그 결과 타격음의 음높이, 웅장함, 조화로움에서 두 종은 매우 비슷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주조 직후 측정한 여음의 맥놀이는 성덕대왕신종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Fig. 2는 신라대종의 주조 직후 타종에 따른 진동을 성덕대왕신종의 진동과 비교한다. (a)의 성덕대왕신종은 굵고 가는 진동이 2.9 s의 적절한 주기로 이어지면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여음의 생동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주조 직후 신라대종은 (b)에서 보듯이 맥놀이가 매우 약하고 그 주기는 약 20 s로 너무 길다. 그 결과 신라대종의 여음은 맥놀이 없이 단조롭게 사라지면서 살아서 숨을 쉬는 듯한 생동감을 주지 못한다.
이러한 맥놀이는 여음뿐만 아니라 2차 이후의 고차 부분음에서도 발생하나, 고차 성분들은 여음에 비해서 지속시간이 매우 짧고 타격 순간 많은 성분들이 합성되어 잘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오래 지속되는 여음의 맥놀이를 강하고 적절한 주기를 갖도록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III. 맥놀이 발생 원리
3.1 종의 맥놀이 이론
종과 같이 축 대칭 회전 쉘 구조가 진동할 때, 음을 방사하는 진동모드는 쉘 표면에 수직한 성분이다. 회전쉘에 대한 일반적인 Love의 운동방정식[10]에서는 쉘 표면에 접하는 2개의 변위성분과 수직하는 1개의 변위성분이 연성되어있다.
여기에 Donnell-Mushtari-Vlasov 쉘 이론[11]을 적용하면, 음을 방사하는 반경방향 성분에 대한 운동방정식을 독립적으로 분리하여 해를 구할 수 있다. 또 축 대칭 회전 쉘이 미세한 비대칭성을 가질 때, 이 진동모드는 원주 상에서 반대의 위상을 갖는 모드 쌍으로 분리되고, 각 모드는 미세한 차이를 갖는 고유주파수 쌍을 갖는다. 충격응답 하에서의 미소 비대칭 회전 쉘의 진동응답 해석이 선행연구[12]에서 수행되었으며, 진동의 모드 응답은 아래 Eq. (1)로 표시되었다. 모드 (m, n)은 종 수직축 상에서 m개의 절원(nodal circle)과 원주 상에서 2n개의 절점을 갖는 모드를 의미한다. 이 모드 는 종의 미세 비대칭성 때문에 원주 상에서 배와 절점이 반대가 되는 L, H 모드 쌍으로 분리되고, 이들은 미세한 차이를 갖는
와
의 고유주파수 쌍을 갖는다.
은 타격지점의 높이와 타격력에 따라 결정되는 크기를 의미하고,
과
은 L, H 모드 쌍의 평균 주파수와 평균 감쇠비를 의미한다.
는 원주 상에서의 타격지점이고,
과
는 각각 L, H 모드의 배의 위치인데, 아래 Eq. (2)의 관계를 갖는다.
. (2)
Eq. (1)을 이용하면 원주상의 위치에 따라 모드별로 맥놀이 파형을 그릴 수 있고 원주 상에 방사형으로 맥놀이의 방향성을 표시한 맥놀이 지도를 그릴 수 있다. 맥놀이지도는 실제로 측정한 맥놀이 분포와 일치함이 실험적으로 확인되었고,[13] 진동의 맥놀이 분포는 각 방향으로 방사되는 음향의 맥놀이 분포와 일치하는 것이 밝혀졌다.[14]
3.2 신라대종의 맥놀이
주조 직후 신라대종이 Fig. 2 (b)와 같이 매우 약하고 지나치게 긴 맥놀이를 갖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여음을 만드는 1차 고유진동모드 쌍을 측정하였다. Fig. 3은 위에서 내려 보았을 때의 종의 하대 원주 상에서의 진동 모드 쌍의 배치를 보인다. 0 °가 타종점인 당좌의 중심이다.
공교롭게도 0 ° 부근에 L 모드의 배와 H 모드의 절점이 위치한다. Eq. (1)에 타격 위치와 L, H 모드의 배의 위치 정보를 입력하면 L 모드의 주파수는 강하게 발생하고, H 모드의 주파수는 매우 약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두 성분이 간섭할 때 맥놀이는 매우 약해진다.
IV. 맥놀이 조절
4.1 등가 종의 결정
Fig. 3에서 타종점인 당좌 중심의 위치(0 °)는 종의 설계 단계에서 정해지므로, 강한 맥놀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조 후에 1차 진동모드의 L, H 모드 쌍이 대등하게 가진되도록 재배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 내부의 적절한 위치에서 두께를 감소시켜 비대칭성을 바꾸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방법에 관해서 링 구조의 맥놀이 조절방안[15-17]이 연구되었고, 등가 종을 이용한 맥놀이 조절방안이[18] 제시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등가 종을 이용하여 맥놀이 조절을 시도하였다.
1차 모드 등가 종은 신라대종과 동일한 1차 모드 쌍의 분포와 동일한 맥놀이 주기를 갖는 유한요소 해석 모델이다. 이를 만들기 위하여 Fig. 4에서와 같이 타격 지점인 0 °에 작은 집중 질량을 갖는 유한요소 모델을 사용하였다. 이는 링이나 종과 같이 축 대칭 형 구조가 작은 비대칭 집중질량이나 컷을 가질 때, 집중질량이나 컷의 위치가 H 모드의 절점인 동시에 L 모드의 배가 된다는 선행연구[17]에 근거한다. 따라서 Fig. 4의 유한요소해석 모델은 원주 상에서 Fig. 3의 신라대종의 1차 모드 쌍과 동일한 분포를 보이게 된다.
다음으로 맥놀이 주기를 실제 종의 20 s로 만드는 집중질량의 크기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유한요소해석으로 집중질량의 변화에 따른 L, H 모드 쌍의 주파수 차이와 맥놀이 주기의 변화를 구함으로써 가능하다. Fig. 5의 해석결과 종의 몸체 질량 20,203 kg의 0.041 %인 8.22 kg의 질량을 사용할 때, 20 s의 맥놀이 주기를 갖는 것으로 나왔다. 따라서 최종 등가 종은 Fig. 4의 축대칭 구조에 0 °(당좌 중심)에 집중질량 8.22 kg을 갖는 종으로 선정되었다.
4.2 맥놀이 조절
선명하고 강한 맥놀이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당좌중심을 타격할 때 L, H 모드 쌍이 대등하게 가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L, H 모드 쌍의 배가 당좌를 중심으로 좌우 22.5 °에 위치하여야 한다. 이 조건을 구현하기 위한 구조변경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능한 최소의 부분적 구조변경으로 이 조건을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이도 주조 후 신라대종이 보이는 20 s의 매우 긴 맥놀이는 비대칭성이 매우 작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신라대종은 1차 진동 모드의 측면에서는 거의 축 대칭형에 가까운 상태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축대칭 구조에서 22.5 ° 위치의 두께를 줄여 굽힘 강성을 감소시키면 그 지점이 L 모드의 배, H 모드의 절점이 되어 당좌 타종이 두 모드를 대등하게 가진한다는 선행연구[17,18] 결과를 이용할 수 있다. Fig. 6에서와 같이 등가 종을 대상으로 당좌 좌측 22.5 °와 이와 90 ° 간격의 4개 위치에서 두께를 감소시켜 이 위치에 L 모드의 배가 오도록 만드는 구조 변경을 시도하였다. 종의 크기를 고려하여 각 위치에서 폭 320 mm, 높이 350 mm 요소의 두께를 0.2 % 씩 감소시키면서 유한요소 해석을 반복하였다.
Fig. 7은 두께 감소에 따른 고유주파수 쌍과 맥놀이 주기의 변화를 보인다. 주기 값은 최소자승법으로 곡선 피팅하였고, 1.35 %의 두께 감소에서 적절한 맥놀이 주기 3.23 s가 나왔다. 성덕대왕신종은 2.9 s이며, 3 s정도의 맥놀이 주기가 적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6]
이 결과에 따라 종의 하대 내부의 4개 위치에서 해당 부분을 연삭하여 두께를 감소시켰다.
Fig. 8은 종 아래 내부의 연삭한 부분을 보인다. 실제 연삭은 가운데를 깊게 하고 가장 자리를 완만하게 처리하여 0 ~ 5 mm 깊이로 단계적으로 연삭하였다. Fig. 9는 연삭하여 4개 부분의 두께를 감소시킨 후 측정한 모드 쌍의 배치이다. 예상대로 22.5 ° 위치와 이로부터 90 ° 간격에서 L 모드의 배와 H 모드의 절점이 분포한다. 그 결과 당좌를 중심으로 좌우 22.5°의 동일한 거리에 L, H 모드의 배가 위치한다. 그 결과 타종에 의하여 두 모드는 대등한 크기로 가진된다.
최종 교정 후 타종에 따른 0° 위치에서의 맥놀이 파형을 Fig. 10에 보인다. 타격 후 5 s 정도 지나면 여음에서 선명하고 강한 3.2 s 주기의 맥놀이를 볼 수 있다.
4.3 맥놀이지도
이러한 맥놀이는 종의 어디를 타격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르며, 원주상의 측정 위치에 따라서도 다르다. 맥놀이는 Eq. (1)에서
과
의 항 때문에 발생한다. Eq. (1)을 사용하여 원주 상의 위치
에 따른 맥놀이 파형을 그린 맥놀이지도[12]를 이용하면 그 방사 특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Fig. 11은 신라대종의 맥놀이 교정을 전후한 맥놀이 지도를 보인다. (a)의 교정 전에는 거의 모든 방향으로 맥놀이가 거의 들리지 않은 상태였으나, 교정 후에는 (b)와 같이 당좌와 이로부터 45 ° 간격의 8개 지점 (1, 4, 7, 10, 13, 16, 19, 22)에서 3.2 s의 적절한 주기로 강한 여음의 맥놀이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맥놀이 방사 특성은 음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선행연구에서 밝혀졌다.[14]
이와 같이 교정된 신라대종의 맥놀이 방사특성을 성덕대왕신종의 맥놀이와 비교하였다. Fig. 12는 성덕대왕신종의 맥놀이 지도이다.[13] 성덕대왕신종의 맥놀이는 전후 당좌로부터 각각 45 ° 좌우 지점(4, 10, 16, 22)에서 선명한 맥놀이를 내므로 4 방향에서 여음의 맥놀이를 들을 수 있다. 신라대종의 경우 8개 방향에서 보다 강한 여음의 맥놀이를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맥놀이 교정 원리에 근거하여 정확한 위치를 찾아 적절한 양의 연삭을 단계적으로 수행한 결과이다.
V. 결 론
주조 직후 신라대종의 여음의 맥놀이는 매우 약했으며 주기는 20 s로 매우 길었다. 그 결과 여음에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생동감 있는 맥놀이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그 원인은 여음을 만드는 1차 모드 쌍 중에서 H 모드의 절점이 타격지점인 당좌 중심 부근에 위치하여 L 모드만이 가진되기 때문이었다.
유한요소 해석을 통하여 1차 모드 쌍의 배치가 같고, 동일한 맥놀이 주기를 갖는 등가 종을 결정하였다. 이 등가 종을 대상으로 수치 시뮬레이션과 내부 연삭을 통하여 L, H 모드 쌍을 대등하게 가진되도록 재배치시켰고, 3.2 s의 적절한 맥놀이 주기를 만들었다.
맥놀이 지도를 이용하여 맥놀이의 방사특성을 파악한 결과 당좌와 이로부터 45 ° 간격의 8개 방향에서 강한 맥놀이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맥놀이 조절로 인한 고유주파수의 변화는 무시할 정도로 작았다.


















